시장 분석 & 전략

삼성전자, 대표이사 직속 RX사업추진실 신설 — 로봇 사업 본격화

Lab Director 2026. 7. 21. 10:28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월 21일, 대표이사 직속으로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공식 신설하며 로봇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불과 5일 전인 7월 16일 "로봇사업부 출범 채비"라는 단독 보도가 나온 지 만 열흘도 안 되어 공식 발표가 이뤄진 속도다.

왜 대표이사 직속인가

기존에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 산하 '미래로봇추진단'이 로봇을 담당했다. 하지만 삼성리서치 내 로봇인재, 생산기술연구소 등 로봇 관련 조직이 여러 갈래로 분산되어 있어 의사결정 속도와 시너지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개편으로 분산된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고, 노태문 사장(대표이사)이 직접 총괄하는 체제로 격상했다. 대표이사 직속이라는 의미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로봇 사업이 반도체·스마트폰과 같은 최우선 전략 사업이라는 선언이다.

핵심 인재 영입 — 보스턴다이내믹스 전략가

가장 눈에 띄는 인재는 이동건 부사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운영 방향을 포함한 로봇 전략을 주도했던 핵심 인물로, 이번 조직 개편에서 로보틱스 전략팀장으로 선임되어 중장기 로봇 사업 로드맵을 총괄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전략적으로 이끌었던 사람을 삼성이 영입했다는 것은, 피지컬 AI 경쟁에서 삼성이 본격적으로 레이스에 참전했다는 강력한 신호다. 6월 상반기 전략회의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는데, 이동건 부사장 영입은 그 맥락과 일맥상통한다.
추가로 두 학계 석학도 합류한다:
• 김현진 서울대 교수 — 지능형 자율 로봇 시스템·로봇 제어 분야
• 김의겸 아주대 교수 — 로봇 핸드·매니퓰레이션 분야
삼성은 향후 분야별 최고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구미에 데이터 팩토리, 3개국에 글로벌 R&D 거점

RX사업추진실의 물리적 거점은 서울 우면동 서울 R&D캠퍼스다. 분산된 로봇 인력을 통합하고 협업 환경을 구축하며, 오피스와 실험실 등 인프라 투자도 확대한다.
로봇의 핵심 경쟁력은 데이터다. 삼성은 구미사업장에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한다. 이는 로봇이 인간처럼 움직이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고품질 행동·시각·촉각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가공·학습하는 인프라다.
삼성의 제조 현장은 50~100조원 가치의 자산이다. 이 현장에서 나오는 행동 데이터를 로봇 학습에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삼성만의 독보적 경쟁 우위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자체가 자산이며, 실제 제조 현장의 행동 데이터를 로봇 학습에 쓸 수 있어 휴머노이드를 현장에 더 빨리 투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R&D 네트워크도 대폭 강화한다. 로봇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미국·중국·일본에 각각 글로벌 연구거점을 신설하여 현지 특화 기술과 생태계를 활용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한다.

이재용 회장의 비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6월 29일 "로봇 수요는 공장 등 산업 현장뿐 아니라 가정과 식당, 병원, 요양시설 등 사회 곳곳에서 많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2,655조원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구미에 피지컬AI·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의 로봇 전략은 명확하다:
1. 자사 공장에 먼저 투입 (B2B, 생산 자동화)
2. 역량 축적 후 산업용 B2B 시장으로 확장
3. 궁극적으로 일반 소비자용 B2C 시장까지 진출
노태문 사장은 지난 1월 "생산 거점의 자동화를 위한 로봇 사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여기서 쌓은 역량과 기술력을 발판 삼아 산업용 시장은 물론, 향후 일반 소비자용 시장까지 차례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술 성과 — 유동체 조립 기술 개발

삼성리서치를 중심으로 이미 상당한 기술적 성과를 쌓았다. 최근 '유동체'(전선 등 흔들리는 물체)를 조립하고 꽂는 로봇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형태가 고정된 물체를 옮기는 기술과 달리, 형태가 수시로 변하는 물체를 정밀하게 제어해 물리적으로 꽂는 작업은 제조 로봇 분야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기술로 꼽힌다.
로봇 핵심 부품의 내재화도 진행 중이다. 자사 로봇에 최적화된 맞춤형 부품을 직접 개발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업체와 협력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필요시 투자와 M&A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시사점

• 이르면 올 하반기 삼성 로봇이 자사 생산라인에 투입될 관측
• 레인보우로보틱스 RB-Y1 (이동형 양팔로봇) 생산시설 투입 예정
• 현대차그룹과 피지컬 AI 경쟁 본격화 — 양쪽 모두 로봇 ETF 수혜
• 미·중·일 3개국 글로벌 R&D 거점 동시 확보
• 메모리 초호황으로 수십조원 규모 빅딜 가능한 재무 체력
• 2030년까지 전 세계 생산시설 AI-driven factory 전환 목표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표이사 직속 조직 출범, 보스턴다이내믹스 전략가 영입, 구미 데이터 팩토리 구축, 3개국 글로벌 R&D 거점 — 모든 신호가 "본격화"를 가리키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에 장기적으로 로봇 프리미엄이 반영될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